거미집들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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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미선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19-09-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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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그 말(생일축하인사)을 더 꺼내려고 하지 않았다.

“매년 이 날이면, 그래 네(주인공꼬마)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 부패더미(결혼식 케이크)가….” 그녀가 “나무그릇이 달린 지팡이”로 “식탁위에 있는 거미집들 무더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지팡이로 그걸 건드리지는 않았다. “저 부패더미(케이크)가 여기로 배달되어 왔지, 네(주인공꼬마)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말이다. 쥐들이 저걸(케이크) 괴롭혀왔어, 쥐들의 이빨보다 더 날카로운 이발들이 내 신경을 갉아먹어왔듯이.”

그녀(미스 해비샴, 37세)가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자기 심장에 갖다 댔다. 그녀는 그런 자세로 식탁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녀가 한때 입었을 하얀 드레스, 이젠 완전히 누렇게 변해 쭈글쭈 글해진 그 드레스,” “한때는 식탁 위를 덮고 있었을 하얀 식탁보, 이젠 완전히 누렇게 변한 나머지 쭈글쭈글해진 저 식탁보,” 주위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손으로 한 번 건드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가루로 변하고말  상태에 있었다.

“모든 게 폐허로 변해버릴 때면.” 그녀가 시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들이 내 시체를 저기(식탁)  위에 눕힐 것이다. 신부복을 입힌 채 말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고, 그러면 그 자(결혼식 피로연 때 나타나지 않은 신랑, 미스 해비샴의 재산을 노렸고 실제 상당한 재산을 들고 튄 지능형 사기꾼, 옥스퍼드 대학교 졸업생)에 대한 저주도 마 무리 될 것이야. 그 저주가 내 생일날 완성된다면 훨씬 더 좋겠지.”

마치 식탁 위에 누워 있을 자신의 시신이 보인다는 듯이 그녀가 지금 그곳(식탁 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있었다. 에스텔라가 돌아왔다. 그리고 에스텔라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채 서 있었던 것 같다.

방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 방은 구석구석 무거운 어둠을 품고 있었다. 내가 심지어 ‘에스텔라와 나조차도 곧 썩기 시작할 것이다’라는 놀라운 상상을 했을 정도다.

한참 있다가 그녀(미스 해비샴, 37세)가 정신을 차렸다. 그건 산란했던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회복된 것이 아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번쩍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너희 둘이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을 내게 보여 다오. 왜 시작하지 않았지?”

그 말과 함께 우리 셋은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에스텔라와 내가 방 바닥에 앉아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내가졌다. 저번처럼 내가 먼저 거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아까처럼 또 다시 내 가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미스 해비샴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가 에스텔라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각종 보석들로 에스텔라의 가슴과 머릿결을 장식함으로써 내가 점점 더 에스텔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했다.

에스텔라, 그녀에 대해 말하자면 그녀의 태도는 지난번과  같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가 이번에는 아예 자신을 낮춰 나와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게임을 여섯 번 정도 끝내자 미스 해비샴이 내가 다시 방문할 날짜를 정해 주었다.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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